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나의 사적인 여자친구 - [리뷰] 감춰진 성적 정체성을 회복하다

효준선생 2015. 1. 10. 07:30

 

 

 

 

  어떤 영화? 내면에 가두고 산 자신의 정체성을 타인을 여과해 찾아가다

 

 

 

누가 프랑수와 오종 아니랄까봐. 영화 나의 사적인 여자친구에서의 도발적 아이디어와 남과는 많이 다른 그만의 유니크함은 다시 한 번 빛을 발했다. 동성애 영화의 냄새를 풍긴다는 귀뜀엔 살짝 망설였지만 그가 풀어 놓을 마지막 부분의 한 방을 기대하며 주저없이 선택한 영화다.

 

 

여자 친구가 죽었다. 그리고 남겨진 그녀의 남편과 젖먹이 딸, 하지만 그녀의 죽음을 더욱 애통해 하는 건 그녀의 죽마고우 클레어였다. 친구의 장례식 장에서 그녀는 추도사를 읊으며 먼저 간 친구의 딸과 그리고 남편을 챙겨주겠노라고 약속을 한다.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그 말을 할 필요와 그 말을 지킬 의무가 있었던 걸까 그리고 이어지는 다소 황당한 시츄에이션, 혼자가 된 친구의 남편 데이빗은 어린 딸을 달래주겠다는 의도로 아내가 남긴 옷을 입고 여장을 한다. 그게 통했는지 보채던 아이는 울음을 그치고 꿈나라로 가고, 생각지도 못한 여자친구의 남편이 보여준 여장 행각에 말문이 막히지만 이내 그런 그를 친구로 받아들이기로 한다.

 

 

이 영화가 퀴어적 성향을 보인다고 본 시선은 여장 남자의 모습이 자주 등장해서였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건 오종의 심어놓은 트릭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영화엔 분명 동성애적 코드가 있지만 그건 데이빗이 버지니아로 탈바꿈 하면서 일어나는 게 아니라 어린 시절부터 함께 지내왔던 로라와 클레어의 사이에서 발아된 부분이다. 유아기부터 시작해 성인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서머리 하면서 슬쩍 비추고 지나간 초반부의 장면들이 암시하는 부분들이 있다.

 

 

만약 데이빗이 자신의 성적 취향을 트랜스젠더에 맞춘다고 한다면 그는 아내 핑계를 댈 게 아니라 본격적으로 다른 남성과의 로맨스를 찾아 나서게 만들어야 했지만 그는 혼자만의 옷입기에 집착하는 모습만 보여줄 뿐이다. 게다가 두 세 번 보여준 데이빗으로서의 모습은 사실 무섭게 느껴질 정도로 남성미가 물씬 풍겼다. 다시 말해 여장을 하고 있을 때는 진짜 여자보다 더욱 더 여성스러운 면모를 풍기며 클레어와 어울리는 모습을 보이지만 그 허물을 벗고 나면 (당연히 강건한 남자의 몸과 성기를 갖고 있다) 그는 클레어의 사적인 친구가 아닌 친구의 남편, 즉 외간남자인 셈이다.

 

 

클레어 역시 잘 생긴 남편과의 관계에 불만을 토로하거나 혹은 자신에게 내재해 있던 성적 판타지 같은 걸 드러내거나 혹은 드러내지 못해서 안달하는 인물도 아니다. 친구의 죽음을 진정으로 애도하며 그의 남편을 친구처럼 보는 시선들이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특히 호텔에서 데이빗과의 썸싱 에피소드는 그녀가 가지고 있던 원초적 본능이 무엇인지를 잘 대변하고 있다. 이렇게 이 영화는 두 남녀 주인공이 각각 품고 있는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조금씩 찾아 가는 과정을 보여 주고 있다.

 

               

 

하지만 대체적인 분위기는 코믹함을 유지한다. 여성스러움을 보여주기 위해 애를 쓰는 로망 뒤리스의 노고와 동시에 아무리 개방된 프랑스의 국민성을 감안하더라고 게이도 아닌 여장을 즐기는 남성을 곱게 봐줄 리 만무한 주변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리 없고 거기서 유발되는 언밸런스가 웃음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오종의 영화는 예상치 못한 후반부의 반전이나 혹은 기대를 뒤틀어 놓는 장치에 큰 매력이 있는바 이 의상 도착증을 의심하게 만드는 한 남자와 그걸 친구의 현신이라고 믿으며 동성애적인 코드를 은근하게 내 풍기는 한 여자의 관계의 본질은 무엇인지는 7년 뒤 그 두 사람이 어떤 모습으로 발전하는 지를 보여주며 관객들에게 해답을 구한다

 

 

 

사족이지만 2009년 개봉했던 부지영 감독의 한국 영화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의 모티프가 연상되는 장면들이 있다. 겉 모습만으로 젠더를 구분하려고 하는 일종의 스테레오 타입을 소재로 하고 있고 그 안에 진한 부모의 정을 함축적으로 녹여낸 작품인데 이 영화도 겉으로는 젠더와 섹스 사이에서 갈등하면서도 혹은 부모로서의 역할에 대해서도 인성적으로 접근하는 모습이 많이 닮은 듯 하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나의 사적인 여자친구 (2015)

The New Girlfriend 
8.8
감독
프랑수아 오종
출연
로맹 뒤리스, 아나이스 드무스티에, 라파엘 페르소나즈, 미셸 랭쥬발, 장-클라우드 볼레-레다트
정보
코미디, 드라마 | 프랑스 | 108 분 | 2015-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