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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가시꽃 - [리뷰] 아물수 없는 상처, 끝날 수 없는 속죄

효준선생 2013. 8. 9. 09:00

 

 

 

 

 

 

   한 줄 소감 : 속죄가 과거에 대한 것이라면 복수는 현재에 대한 것

 

 

 

 

Key word // 속죄, 치유, 연민, 상처,

 

 

 

 

거 범죄에 가담했던 한 남자,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우연한 기회에 피해자를 만나게 되고 그녀에게 미안함과 동시에 연모의 정을 갖게 된다. 하지만 가해자로서의 자신은 생각지도 못했던 그녀의 트라우마에 흠칫 놀라며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마련하고자 한다.

 

 

 


영화 가시꽃은 속죄와 복수의 심리가 복합적이며 유기적으로 작용하며 등장인물간의 밀고 당기는 힘이 좋은 잔혹 멜로에 가까운 주목할 만한 독립영화다. 서두에 밝히 바와 같이 학창시절 위력에 의해 가담하게 된 사건, 타인의 성을 강제로 취하려는 폭행이다. 4명의 남학생, 그리고 자신의 모든 것을 잃었다고 생각하고 급기야는 자살까지 시도한 바 있는 여학생. 시간이 한참 흘러 표피적으로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보이지만 그게 아니었다.

 

 

 


겉으로 보기엔 한없이 밝아보이는 그녀도, 10년이란 세월이 이만큼 흘러 다 잊었으리라 다짐도 해보지만 마음의 상처는 결코 아물지 못했다. 그리고 다시 그 상처를 꺼내어 세상에 내보이는 순간, 그녀 앞에는 그 날 사건 현장에 있었던 한 남자를 비춘다.

 

 


 

이 영화의 핵심코드는 타의에 의해 휘둘리며 살 것만 같은 한 남자의 행동을 주목한다. 그가 품고 있는 심리의 변화가 이 영화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죄책감, 망각, 각성, 연모, 복수, 속죄의 순으로 변해가는 그의 마음과 행위가 마치 다른 인물들과 연결되는 듯 하면서도 그렇게 않게 표현되는 플롯 방식이었다. 그의 행동이 다른 인물들에 의해 간파가 되고 동조를 얻거나 혹은 저항으로 돌아서 버리면 그저 복수의 액션물이 되겠지만 이 모든 것들이 혼자의 힘으로 끌고 나가면서 정중동의 무서운 참회의 과정이 된 셈이다.

 

 


 

 

이 영화는 단순해보이면서도 여러 가지 고민거리를 시사한다. 자신이 성폭행에 가담했던 과거의 사실, 그리고 그 피해당사자를 다시 만나 사랑을 할 수 있을까의 문제. 사랑한다는 느끼는 순간 그녀를 위해 무엇이든 하고 싶다는 의지의 생성. 자신은 정말 미안해죽겠는데, 마치 스쳐지나가는 젊은 날의 광기정도로 치부하는 다른 녀석들에 대한 분노등이 한편으로는 무기력해보이기까지는 하는 남자를 본성에 따라 행동하게 한다.

 

 

 


결정적인 장면으로는 진실게임을 하던 장면인데, 남자는 과거의 사실을 그저 과자를 훔친 것으로 묘사하는 반면, 여자는 같은 사실에 대해 죽여버리고 싶다며 울어버리는 장면이다. 이것이 성폭력에 관련된 남자와 여자의 시각차라는 느낌도 들었고, 가해자와 피해자의 입장차라는 생각도 하게 했다. 당연히 이 시점 이후로는 다소 과격해질 수 밖에 없었다.

 

이 영화는 성폭력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갖고 있지만 그 사건에 몰두해서 범인을 찾아내는 형사물이 아니고 가해자와 피해자의 서로 다른 입장차이, 그리고 한 남자가 가지고 있던 여물지 못한, 그래서 그 역시도 평생 가슴에 안고 살아야 하는 상처에 대해 서로 비슷하면서도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이 영화는 3백 만원이라는 믿을 수 없는 제작비와 배우들의 꼼꼼한 연기, 감독의 치밀한 연출이 돋보이는 수작이다. 이미 여러 해외 영화제에 소개도 됐고, 이제 정식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오래 기억에 머물 영화란 막대한 예산과 뒤를 봐주는 스폰서의 힘에 달려있지 않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끄집어 낼 수 있었던 이 젊은 영화인들의 노고에 큰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가시꽃 (2013)

Fatal 
9.9
감독
이돈구
출연
남연우, 양조아, 홍정호, 강기둥, 김희성
정보
드라마 | 한국 | 103 분 | 2013-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