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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감기 - [리뷰] 어린 소녀가 짊어진 사투 끝의 희망

효준선생 2013. 8. 8. 09:00

 

 

 

 

 

 

   한 줄 소감 : 질병 재난 영화지만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을까 기대했다

 

 

 

 

 

 

늘아래 분당이라는 말이 있듯, 80년대 말 조성되기 시작한 1기 신도시중의 하나인 분당은 강남과 가깝다는 이유로 제2의 강남 부촌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돈 좀 있는 사람들의 주거지로 자리 잡았다. 신도시 개념이 그렇듯 분당 역시 외부로 비춰지는 이미지는 “육지의 섬”이었다. 다시 말해 자급자족이 가능한 생활권역과 일정 수준이상의 소득을 가진 사람들의 거주지로 아무나 와서 살기엔 부담스러운 동네가 바로 분당의 이미지였다.

 

 

 


영화 감기의 주 무대는 바로 이 분당이다. 이 곳을 로케이션으로 염두해 둔 이유는 간명해 보였다. 여차하면 수도 서울로 불똥이 튈 수 있는 지역, 나름대로 방역체계도 문제가 없을 것은 깨끗한 도시, 하지만 반대로 지역 이기주의나 개인주의 등이 없지 않을 것 같은 곳. 분당에 신종플루의 한 종류가 창궐한 것은 이런 이유를 담고 있다. 물론 영화상에선 동남아 밀입국자로부터의 감염이지만 영화 내내 감금되다시피 등장하는 분당 사람들의 사투는 다른 어떤 이유를 떠나서 그저 다른 곳의 인간과 별로 달라 보이지 않았다.

 

 

 

 

대신 분당을 만들었을 노회한 정치인들과 지금 그곳의 국회의원들의 편협한 사고와 안이한 업무처리로 무고한 사람들을 함정에 가두고 만 장면들이 등장한다. 분당시민을 격리하거나 없애버려도 어쩔 수 없다는 사고의 그들로서는 고육책이라고 항변하겠지만 사람 목숨이 소 돼지 보다 값진 것은 앞으로 어떤 고부가가치의 일을 할지 모른다는 미래가치에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인간이 감염된다는 여러 질병 말고도 동물만 감염되는 전염병도 늘었다. 뉴스 사진을 통해 보듯, 예비방역을 위해 살 처분되는 살아있는 가축들의 울부짖음을 인간의 울부짖음으로 치환한다면 그 끔찍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전염병은 자신이 애를 써도 걸릴 수밖에 없는 수준이라면, 그저 신의 가호에 맡겨야 한다는 걸까? 영화에선 전염병에 걸리는 사람과 걸리지 않는 사람들이 나뉘고, 그 중간선에 서있는 사람들은 이런 저런 이유로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한 여의사의 딸이 처한 상황에서 과연 더 많은 희생을 마막기 위해 천륜을 거스르는 선택을 하는 건지, 아니면 그녀도 소중한 한 사람의 목숨으로서 살려야 마땅한 것인지는 쉽게 판단하기 어려웠다.

 

 

 

 

이 영화엔 인간의 이기주의는 태생적인 것처럼 보이는 장치들이 있다. 분당이 봉쇄되고 그 안에 있던 사람들에게 높은 수준의 격리가 필요하냐는 질문에 서울 사람들의 대다수가 시간이 흐를수록 그렇게 해야 한다고 했다. 영화에서도 나오지만 격리과정에서 보이는 인권유린과 재산권 침해등은 결국 여론이라는 무시무시한 힘을 등에 업은 공권력의 남용으로 보인다.

 

 

 


반대로 한없이 이타주의적인 캐릭터도 등장한다. 구조대 대원임을 강조하며 할인매장에 갇힌 사람들을 다소 무리한 방법으로 구해내려는 것과 마음에 두고 있는 여자의 딸을 마치 자신의 친자식처럼 보다듬는 그의 모습에서 슈퍼액션 히어로도 저렇게는 못하겠다는 말이 튀어 나올 정도였다.

 

 

 


그동안 선을 보인 수많은 재난 영화 중에서도 영화 감기를 보며 자꾸 몸을 뒤틀었던 이유는, 3,4년 전 신종플루의 창궐을 겪었으며, 앞으로 변종 바이러스의 출현이 등장할 개연성이 매우 높다는 과학자의 말이 아니라도 은연중 우리 마음속에 자리한 질병에 대한 공포가 이 영화를 통해 매우 현실적으로 와 닿았기 때문이다.

 

 

 

동남아 출신 불법 이민자들에 대한 다소 편치 않은 설정과 미국과의 사이에서의 전작권 운용문제들도 이 영화가 비중 있게 다루고 있는 2013년 한국의 현실이다. 보균자이자 항체를 가진 동남아 출신의 청년이 겪어야 하는 비참한 코리아 드림, 그리고 제 나라 땅에서 대통령마저도 전투기 하나 제대로 통제할 수 없음을 밝힌 작금의 현실들이 감기 바이러스만큼이나 버겁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감기 (2013)

7.8
감독
김성수
출연
장혁, 수애, 박민하, 유해진, 이희준
정보
드라마, 어드벤처, 액션 | 한국 | 2013-0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