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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컴플라이언스 - [리뷰] 어느새 길들여져 있던 순응성

효준선생 2013. 8. 5. 09:00

 

 

 

 

 

   한 줄 소감 : 혀를 차면서 보게된다. 영화의 완성도가 아닌 극 흐름이 너무 속상해서

 

 

 

 

Key word // 麻木不仁, 忽悠, 구경꾼 이론

 

 

치 그들은 뭔가에 홀린 것 같아 보였다. 의심을 품을 법도 했건만 누구도 전화기 뒤로 흘러나오는 목소리에 의심을 품지 않았다. 그저 경찰의 보이지 않는 공권력이라 생각했다. 당연히 받아들여야 할 부분이라고 그렇게 배웠고, 그렇게 살아왔다. 사회 시스템의 일부라는 생각에서 그랬던 것이다. 하지만 그 결과 한 어린 여자에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고 그녀를 둘러싼 사람들은 한결같이 침묵하고 말았다.

 

 

 


영화 컴플라이언스는 지독한 심리극에 준한다. 패스트 푸드점으로 걸려 온 전화 한 통에 엄청 바쁜 그곳은 일순간 지옥으로 변하고 만다. 최소한 한 명의 여자에게는, 그리고 그곳을 지옥으로 만든 건 그녀가 알고 있는, 그녀를 알고 있는 동료이자 지인이었다.


전화의 힘이란 생각보다 강렬하다. 이 영화에서도 드러나지만 그 뻔한 수법의 보이스피싱에 속아 넘어가는 사람을 보면 바보 같다고 탓하지만 막상 자신의 차례가 온다고 해서 속지 않을 사람 많지 않을 것이다. 밥만 먹고 전화로 상대방의 주머니의 돈을 꺼내는 연습을 한 사람에게 쉽게 안당할 것이라고 자부할 수 있을까 그러니까 보이스피싱은 진화하는 것이다.

 

 

 


이 영화는 보이스피싱의 나쁜 예다. 전화기 속의 남자는 상대방의 돈이 아니라 변태행각에 재미가 들린 사이코패스다. 미리 내점해 만만해 보이는 여자 종업원을 점 찍어 두고 추후에 전화로 상급직원들을 불러다 자신이 경찰이라고 하며 분위기를 조성한다. 자신의 점포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진 것이고 직원이 의심을 받는다는 건 자신의 업무에도 타격을 받을 만한 일이기 때문이고, 이런 사정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범인은 이런 심리를 잘 이용한다.

 

 

 


이 영화를 보면서 다들 답답함을 느꼈을 것이다. 빨리 종결짓고 시원한 복수극이라도 펼쳐주길 다들 바랐을 것이다. 하지만 무덤덤한 결말은 오히려 이 영화를 인상깊게 만들어버린 결과를 초래한다. 따지고 보면 이 영화에서 가해자와 피해자의 영역은 모호하다. 누군가에 의한, 누구의, 누구를을 하나씩 대입시켜보면 많은 사람이 가해자도 될 수 있고 반대로 피해자도 될 수 있다. 그리고 결정적인 문제는 이미 상황이 종료되었고, 이런 일이 실제로 벌어진다는데 있다.

 

 

 


좁은 패스트 푸드 점 뒷 공간에서 일어나는 일을 찍었고 전화기 속의 인물과 이곳 점원들 간의 대화는 관객들에겐 분노나 답답함을 느끼는 것 말고는 할 일이 없게 만들어 버렸다. 당하는 사람만 놓고 어리석다고 하기에도 무리가 있고, 전화를 건 범인에게도 그가 취한 실질적인 이득이라는 없다는 점에서 추궁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나보다 직급이 높고, 공권력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미리 주눅이 들어 비인간적인 행위마저 서슴치 않고 하게 된다는 것이 인간이 얼마나 비이성적 존재인지를 말하고 있다.

 

 

 


영화 내내 알몸상태로 반강제적 취조를 당하는 장면 사이로 같은 장소인 매장에선 햄버거와 감자튀김이 만들어지는 과정, 그리고 그걸 맛있게 먹는 장면들이 오버랩된다. 중간 부분부터 범인이 누군지 얼굴이 밝혀지지만 차라리 그의 존재, 그의 행동에 대해서 보여주지 않았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매니저의, 자기만의 잘못은 아니라며 항변하고 피식 웃는 모습이 그토록 가증스러울 수가 없다.  

 

 

 

 

비록 공권력으로 상징되는 경찰을 사칭하는 케이스로 나오지만 그 외에도 우리 곁을 맴돌며 통제된 상황을 만들려는 수많은 시스템들이 있다. 그 순간엔 그 흔한 의심조차도 할 수 없게 만드는 것들에 우린 어떤 반응을 보이며 살고 있나 영화 컴플라이언스는 곰곰이 되새겨야할 점들을 상기시켜준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컴플라이언스 (2013)

Compliance 
5.5
감독
크레이그 조벨
출연
앤 도우드, 팻 힐리, 드리머 워커, 제임스 맥카프리, 빌 캠프
정보
스릴러, 드라마 | 미국 | 90 분 | 2013-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