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4대 기서라고 말하는 소설 중 수호지는 무려 108명의 양산박 영웅호걸의 활약상을 짚어보며 그 등장부터 예사롭지 않음에 환호했던 기억이 난다. 난세에 영웅이 난다고 하던데 비중의 경중은 있었을지언정 캐릭터의 호불호에선 큰 차이는 없었다. 그만큼 다양한 인물 군들이 각기 제 역할을 소화해내는 장면을 보면서 스스로가 마음에 드는 인물과 동일시 해가며 소설 속으로 빠져들곤 했다.
영화 어벤져스를 보면서 문득 수호지가 떠올랐던 건, 확고한 자신만의 캐릭터를 가진 인물들이 타자의 영역을 가급적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보여줄 건 다 보여준 에너지 넘치는 영상물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마블코믹스라는 브랜드 만화회사가 창조해낸 독자적 캐릭터가 하나의 영화 안에서 뭉쳤을때 발생할 수 있는 시공간적 어색함을 우주적 발상의 문제해결이라는 지난한 미션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현명하게 풀어냈던 점이 이 영화를 “못났다”고 욕하는 악플러들을 줄일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영화 인크레더블 헐크, 영화 토르 :천둥의 신, 영화 캡틴 아메리가, 영화 아이언맨를 본 적이 있는 관객들이라면 이 영화속 캐릭터에 대해 생경해 하지 않을 것이다. 같은 회사의 형제들인 엑스맨, 스파이더맨이 나오지 않아 아쉬울 수도 있지만 이미 양자입적한 애들은 기억이 나지도 않을 정도로 이들의 활약상은 출중했다. 물론 개개인의 캐릭터들이 가지고 있는 세기가 다르고 기존의 이미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인위적으로 조율한 맛은 나지만 그래도 적재적소에 잘 끼워 맞춘 느낌은 들었다. 이들 외에 블랙 위도우라는 여성 캐릭터와 이번 시리즈를 위해 만든 활 잘 쏘는 호크아이 캐릭터도 볼 만 했다. 모두 여섯명의 슈퍼히어로에 맞서는 상대는 바로 토르의 데려온 동생인 로키인데, 로키가 꾸민 모략에 이들 여섯 히어로들의 반항이 전체 영화의 줄거리가 된다.
이야기는 단순한데 워낙 등장인물이 많아서인지 액션 장면 사이사이에 넣어둔 느릿한 대화 장면에선 호흡을 가다듬는 다는 느낌보다 다소 처지는 기분을 받게 된다. 하지만 압권이라고 할 수 있는 막판 뉴욕 시가전에서의 이들의 싸움박질 장면은 뉴요커들을 한갓 개미처럼 무기력한 대상으로 보일 정도로 가공할 파워를 보여주며 외계인으로 추정되는 족속들과의 한바탕 소란은 내용전개와 상관없이 화끈하다고 말 할 수 있다.
오합지졸, 중구난방이라는 사자성어에 어울릴 만한 조건하에서 오로지 팀플레이만을 강조하며 이들을 한데 엮어놓은 사령관의 용병술도 보기 좋지만 개성강한 이들이 자신을 조금씩 죽이고 서로의 안위를 위해 먼저 나서는 모습은 결국 뭉쳐야 산다는 걸 말하기 위함이 아닌가 싶었다.
각개전투에서도 충분히 빛을 발할 수 있는 그들이지만, 물론 캐릭터가 아닌 배우들 하나 하나의 면모만 보더라도, 누군가의 희생으로 팀킬이 아닌 팀웤을 만들어가는 모습을 그저 만화적 발상이라고만 하기엔 시대가 주는 현상과 맞물려 적절하지 않았나 싶다. 히든 영상에서 살짝 비추는 후속편에 대한 기대도 높다. 죽음과 거래를 해야겠다니, 이번에 죽은 누군가가 다음 편에서 중요한 키맨으로 등장함을 암시하는 듯 하다.
어벤져스 (2012)
The Avengers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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