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레마에 빠진 형사가 있다. 범죄현장에 가보니 자기의 아내의 것으로 보이는 단추, 귀걸이, 그리고 최신 유행하는 바이올렛 핑크 립스틱이 발라진 와인잔이 발견되었다.
범인을 잡아야 하는 형사로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인 셈이다. 하지만 그는 현장에서 아주 빠른 결정을 한다. 아내를 구하자. 그리고 어설픈 상황극을 연출한다.
김형사는 최근 사생활이 엉망이다. 아내의 친구와 바람이 났고 그 여자와 운전중 전화를 하던 중 딸을 교통사고 잃었다. 그로인해 아내와는 별거와 다름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
한편 피의자 살해사건으로 최형사는 정직에 처해졌다가 이번에 해제된 뒤 이번 사건이 혹시 김형사의 아내와 관련이 있는지에 대해 의심을 품고 있다. 최형사는 2년전 김형사의 증언으로 그렇게 되었다는 사실에 김형사에게 좋은 않은 감정을 품고 있다.
거기에 살해당한 자는 폭력조직의 우두머리 재칼의 동생이란다. 그는 입만 열면 범인을 잡아 복수를 해주겠다고 벼르고 있다.
영화 시크릿은 처음부터 김형사를 궁지에 몰아넣고 사건을 복잡하게 만들어 간다. 그런데 그게 이상하게도 범인은 대략 누구라는 것은 알려준 셈이며 만에 하나 반전이 있다면 그게 누굴까 하는 정도였다. 그러니 영화의 해법은 범인이 누굴까가 아니라 왜, 그리고 어떻게 죽였나를 찾아보는 게임이 된다.
게임은 복잡한 듯 싶지만 재칼의 등장으로 복잡한 산하나가 시선을 자꾸 방해하는 역할을 한다. 물론 재칼은 동생의 복수가 아닌 다른 목적이 있는 것이고 그런 재칼에 수동적이 되어 가는 형사들에게 답답함을 느꼈다.
게임을 풀어가는 두 명의 잡범중에 한 놈이 범인일거라는 생각을 했다. 최소한 공범이나 은닉범은 있을 것이라고, 그런데 아주 우습게도 재칼이 죽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나 싶었지만 뭔가 답답한 한가지, 휴대폰속의 초코렛 팔던 목소리는 과연 누구였을까 하는 것.
영화는 막판에 두 번을 튄다. 즉, 범인이 바뀐다는 말이다. 그(녀)가 범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지지만 김형사는 아무런 손도 쓰지 못하게 된다. 그렇다면 범인은 왜 피살자를 죽였을까
한 이불 속에서 살아도 속을 모른다는 말도 있지만 남자가 바람을 피웠고 그 때문에 아이가 죽었다고 실제로 남편을 죽일 수 있을만큼 그녀가 독종이었나.
영화는 단 한번도 범인의 얼굴에서 범인이 가질 수 있는 통상적인 단서를 보여주지 않았다. 노골적이지 않아도 최소한 관객들에게 영화가 끝난뒤 그래서 아까 그랬었구나 하는 정도는 말해주었어야 했을텐데...
영화의 이야기는 매우 충실해서 만두라면 꽉찬 만두요 김밥이라면 속재료를 8가지는 넣은 셈이다. 그런데도 조금 아쉬웠던 것은 사건의 흐름에만 몰두하고 이 사람이 진범이요, 그리고 그걸 똑똑한 관객들은 눈치 챌 수 있을 정도의 힌트는 주었어야 하는데 내가 바보인지 아니면 그렇게 하기 싫어 해서 였는지, 누굴 탓을 하지 못해서 되어 버렸다.
제목답게 미궁으로 빠져버린 시크릿이었다. 근데 루왁을 그렇게 씹어 먹어도 맛이 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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