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세리와 하르 - 그녀들에게 필요한 것은 대한민국 민증?

효준선생 2009. 7. 21. 02:02

 

 

 

 

올들어 유난히 이주노동자와 다문화가정 영화를 많이 보게 된다. 처음 만난 사람들, 반두비, 달리는 차은, 그리고 로니를 찾아서등등 왜 갑자기 유사한 소재가 한꺼번에 등장한 걸까

몇년전부터 독립영화의 단골로 등장했던 이런 주제의 영화가 용기를 얻어 이제 장편화 된 것은 아닐까

하지만 아직도 이런 영화는 독립영화, 저예산 영화, 상업성과는 거리가 있는 영화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있다.

 

세리와 하르 역시 이런 범주안에 있는 영화다. 하지만 이 영화가 그다지 부담스럽지 않았던 이유는 청소년기를 보내는 두 명의 비슷한 처지의 순수혈통(?)의 한국인이 아닌 여자아이들이 겪는 일련의 신변사를 조미료없이 조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하게 말하면 임팩트는 거의 없다. 결말이 다소 약하긴 해도 그녀들은 그래도 희망을 안고 살아갈거라는 믿음을 주고 끝낸다.

 

감독의 말처럼 실제 남양주 화도 마석공단에서 불법체류를 하고 있는 이주 노동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런데 두 명의 여자 아이는 조금 다른 처지에 있다. 한 아이는 아버지가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불법의 테두리에서 한 발 안에 들어와 있고 다른 한 아이는 아버지가 불체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그 선 밖에서 전전긍긍하고 있다.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일까? 단지 한국인의 핏줄이 절반 섞여 있기 때문에 구제 받을 수 있고 그렇지 않다면 영원히 대한민국에서는 발붙일 수 없는 신분이란 말인가. 안된 일이지만 그게 현실이다.

사람들은 흩어지고 다시 만난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헤어짐은 강제추방이고 그건 목숨줄을 내놓아야 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독한 약품이 뿜어져 나오는 공장에서 일을 하다 걸을 수 없는 신세가 되고 또한 보상조차 제대로 받을 수 없게 된다.

그렇다. 이런 신세라면 대한민국의 딸이라고 해서 뭐가 다른게 있을까

세리의 꿈은 골프스타 박세리처럼 골프선수가 되는 것이다. 아버지가 구해준 중고 골프채를 공도 없이 휘두르는 것으로 만족한다. 하지만 그녀의 어머니는 다리를 쓰지 못하고 병원에 입원하고 아버지는 사장의 고발로 경찰서에 끌려들어간다. 그녀에겐 자신이 그래도 대한민국 국적이라는 사실과 하르라는 친구가 있다는 것으로 만족한다.

 

하르는 어쩌면 영원히 대한민국 국적을 가질 수 없을 지 모른다. 스스로 만든 주민증을 만지작 거리지만 그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들이다.

영화는 이렇게 이주노동자와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을 교차해서 그들이 생각하는 삶의 사고를 투영하고 있다.

 

영화가 끝난뒤 감독과의 시간에 짧은 질문을 하나 했지만 묻지 못한게 있다. 만약 일본이나 서양인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에게도 다문화 가정이라는 이름을 붙인다면 세리나 하르보다는 나은 처지가 되는 것은 유독 한국에서만 발생하는 일일까?

 

영화 세리와 하르의 주인공은 실제로 동남아 출신 부모와 한국인 사이에서 태어난 아마추어 배우들이라고 한다.  이 영화 7월말 키노아이 감독열전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