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룸바 - 이 낯선 블랙코미디, 웃음뒤의 진한 페이소스

효준선생 2009. 8. 6. 01:44

 

 

 

 

넌버벌극을 꼽으라면 난타가 생각이 난다. 어차피 말이 통하지 않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다면 동작만으로 꾸려진 공연은 관중에게 충분한 공감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 또 기타 유사한 춤 공연들도 넌버벌하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그건 공간의 제한을 두어야 하는 무대위지만 영화 룸바는 충분한 조작의 여지가 있고 누가 보는지 알 수 없는 영화에서 시도를 했다는 게 무척이나 낯설어 보였다. 한국인들은  이문화의 접수에 매우 취약하다. 기존의 것, 익숙한 것이 아니라면 일단 사시로 본다. 그리고 거북해 한다. 하지만 그들은 우리와 전혀 별개의 공간에서 살고 있다. 그것도 짧게 잡아 수백년동안 유리된채, 그러니 한국적 문화소양과 다를 수 밖에 없다. 그나마 이 영화 프랑스 영화라는 사실에 일단 접근한 관객들이 많지 않았을까 하는 편견을 가져본다.

 

올해 본 프랑스 영화 그다지 기억에 남는게 없다. 대개 멜랑꼬리하고 뜬구름 잡는 일상사를 다룬 비슷한 유형의 영화들...그런데 룸바는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작품성이나 시놉시스의 우수성과는 상관없다. 그저 영화도 이렇게 만들 수 있겠구나, 그리고 배우들도 저렇게 연기할 수 있겠구나 하고 말이다.

 

남편 둠과 아내 피오나는 학교 선생이다. 방과후에는 학교 강당에서 열심히 춤을 연습하고 간혹 대회에 나가면 상을 휩쓴다. 그러던 어느날 교통사고로 인해 아내는 다리를 잃고 남편은 초단기 기억 상실증에 걸린다. 그런데도 둘은 다시 한 집에 산다. 이렇게 하루아침에 장애인이 된 둘은 다시 화재로 인해 집을 잃고 빵을 사러간 둠은 엉뚱한 곳으로 간다.

 

물론 마지막은 해피엔딩으로 끝나지만 이 영화가 녹록치 않은 힘을 보여준 것은 마치 연극을 하는 듯 보이는 시퀀스들이 배우가 실제로 부부사이이며 연극배우라는 사실에서 기인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분명 다리 한쪽을 잃었는데 그 사실성이 대단하다. 어떻게 찍었을까?

 

룸바가 어떤 춤인지 모른다. 이 영화는 춤을 소재로 한 영화는 아니다. 그냥 부수적인 장치다. 뜻하지 않은 사고를 당한 부부의 기막히는 헤어짐과 만남을 무겁지 않게 다루고 있다. 물론 그안에는 프랑스에서나 써먹힐 유머가 담겨있고...

 

영화를 보는 내내 만약 외계인이 있다면 이렇게 살지 않을까 하는 엉뚱한 상상을 해보았다. 새롭다. 그리고 그들 부부가 좀더 제대로 살았으면 한다. 물론 영화속에서는 행복해 보이지만 사고이후 아내까지도 제정신이 아닌듯 그려진 것때문에 아쉬웠다.

 

그리고 장애인이 된 피오나가 학교에서 벌이는 일련의 소동은 자칫하면 장애인에 대한 비하처럼 보일까 걱정이 되었다. 그저 연기일뿐 현실과 너무 얽매이면 안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