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썸머워즈 - 디지털 세상에 도전하는 아날로그 가족

효준선생 2009. 8. 7. 01:23

 

 

 

겐지는 퀸카로 소문난 나츠키로부터 알바 삼아 고향에 같이 내려가자는 제안을 받는다. 대궐같은 고향집에는 할머니의 90세 생신을 맞기 위해 일가 친척들이 모두 모였다. 졸지에 겐지는 그곳에서 나츠키의 약혼자가 되고 하룻밤 묵는 신세가 된다. 그런데 그날밤 알 수 없는 문자가 온다. 암호처럼 숫자가 나열된 것을 풀어 전송하는데 다음날 세상은 온통 난리가 났다. 겐지가 풀어 놓은 암호로 인해 세상의 모든 기기들과 시스템이 먹통이 된 것..디지털에 약한 가족들은 전전긍긍하며 대안을 찾는데...

 

 

영화 썸머워즈는 포스터만 봐서는 가족간의 갈등을 그린 영화로 생각하기 쉽겠지만 전혀 엉뚱한 발상의 판타스틱한 영화다. 심하게 말하자면 두개의 영화가 하나의 프레임 속에 들어있는 구조다. 가족의 소소한 일상을 그릴때와 아바타를 중심으로 한 기계문명의 이야기를 할때는 컬러톤과 내러티브가 전혀 딴판이다. 마치 다른 감독이 만든 것 처럼 말이다.

 

두가지 포맷을 하나로 이어주는 것은 가족간의 정을 강조하는 할머니의 유언이다. 해결을 위해 동분서주하던 가족은 원인제공의 주범으로 꼽은 배다른 삼촌격인 와비스케를 또 하나의 가족을 받아들이면서 조짐을 보인다. 이름을 위울 수 조차 없을 만큼 많은 가족이자 각각의 성격이 판이한 그들이지만 공통의 목표를 위해 일치단결하는 힘을 보인다. 그 동기라는게 할머니가 남긴 유산 같은 집을 지키기 위해 온라인상의 미확인 물체가 실제로 오프라인으로 해서 공격을 하지만 이를 겨우 막아냈고 폭탄이 떨어진 곳에는 온천수가 쏟아져 나온다는 것은 가족이여 힘을 합쳐라 그럼 선물을 얻을 수 있으리라 라는 교훈을 주는 것 같다.

 

초반에는 소소한 일상과 남녀 주인공의 애틋한 사랑이야기로만 알았다가 갑자기 사회문제를 끌고 나오면서 이야기가 외연되어 버렸다. 그리고는 아바타의 세계, 아바타의 세계는 좋아하는 이미지가 아닌데 이 화면은 차라리 3D로 보는 게 좋을 듯 싶었다.

 

영화의 주요 관객층은 20대 초반의 여성, 재미있는 것은 중간에 고스톱을 치는 장면이 나오는데 한국의 그것과 흡사했다. 그런데 고스톱을 칠 줄 모르는 사람은 다소 황망스럽다. 어차피 악당을 이기려는 도박이라면 눈을 감아줄 수는 있지만, 이런 이유로 아이들은 다소 이해하기 어려울 듯 싶다.

 

이 영화의 또하나의 즐거움은 특이한 캐릭터의 가족들이다. 하도 많이 등장해서 누가 누군지 헷갈릴 정도지만 갓난아이부터 할머니까지 마치 실사에서 보여주는 것과 별로 다름이 없어 보인다. 다음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영화에서는 일상사만을 다룬 만화영화를 만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