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처음 만난 사람들 - 대한민국안 그들만의 대화

효준선생 2009. 5. 26. 00:02

연유야 어찌되었던 간에 탈북남자 진욱, 탈북여자 혜정, 여자친구를 찾아 온 팅윤은 대한민국이라는 작은 나라에 모였다. 그리고 그들은 서로에게 통하든 그렇지 않든 이야기를 한다. 소통의 부재지만 그들의 일방적인 이야기는 현재 대한민국안에서 살고 있는 우리의 이야기들과 진배없다.

 

탈북자(새터민) 교육기관인 하나원에서 나온 진욱은 이제 혼자 살아가야 한다. 작은 아파트가 주어졌고 이불을 사기 위해 마트에 나왔다가 길을 잃는다. 그때 혜정이 모는 택시를 만나 집을 찾아다니지만 찾지 못한다. 무미건조한 삶은 살아온 혜정도 한국에 들어온지 벌써 10년째다. 팅윤은 서울 외곽 공장에서 일하지만 나쁜 주인때문에 월급도 받지 못하고 있다. 그가 한국에 온 이유는 베트남에서 사귀던 여자친구 레티엔을 찾기 위해서다. 주소를 적은 종이 한장 들고 전북 부안으로 가려고 버스 터미널로 가고 진욱은 하나원 동기들을 만나기 위해 부산으로 가기 위해 역시 터미널로 간다. 부산을 부안으로 착각해 버스에 탄 진욱과 팅윤의 이야기는 그렇게 진행된다.

 

말을 하기 하지만 소귀에 경을 읽는 것과 마찬가지다. 서로 엉뚱한 이야기를 하고 상대방이 이해하던 말든 떠들어 댄다. 결국 진욱은 자신의 목적지인 부산이 아니라 부안 시골마을까지 같이 가지만 레티엔은 그곳에서 팅윤이 바라던 그런 모습이 아니었다.

 

한편 여전히 택시를 모는 혜정은 취객과 씨름하면 겨우 견디며 살아간다. 일전 자신이 집을 찾아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에 전화번호를 적어주었는데 진욱은 다시 그녀에게 전화를 한다. 내일 전화하겠다고...하지만 그녀의 표정은 여전히 무표정이다.

 

 

영화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지나칠 정도로 어쩌면 무미건조해서 버석거릴 정도다. 하지만 진욱이 던지는 유머는 블랙코미디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툭툭 던져지며 효과를 본다. 관객들은 작은 유머코드에도 호기롭게 웃어준다. 아무렇지도 않은 동작이지만 그게 어쩌면 지나치게 과장되지 않아서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중국 청도에서 탈북자라고 하는 사람을 만난적이 있다. 사위를 무척이나 경계하며 차비를 달라고 하는 소년의 모습은 매우 공격적이었던 기억이 난다. 한국에 나와 얼마나 적응을 했는지 모르지만 낯선 땅에서 그렇게 유들거릴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보니 진욱은 아마 한국사회에서도 잘 적응하면 살 수 있을 것 같아 보였다. 좋은 사람만 만난다면...

 

이 영화가에는 최형사라는 인물도 등장한다. 분명 극에서 어떤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나머지 배역들과 제대로 혼입되지 못하고 말았다. 은행에서 돈을 찾으라고 할때 혹시...마담과의 어떤 이야기?, 팅윤을 잡아갈때 또 무슨...하지만 흐지부지...그냥 외롭다고만 하고 만다.

 

그래서 4명의 배우들은 각기 자기 얘기만 하다 끝나고 말았다. 아쉬운 것인지 아니면 내가 잘 이해를 못한 것인지...

 

참고로 팅윤으로 나온 배우는 분명히 한국말을 잘 할 것으로 보인다. 지명을 말하는 한국어가 매우 똑똑하게 들렸다. 극중에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한마디 때리지 마세요. 저도 인간입니다...이게 한국인이 동남아 이주 노동자들을 대하는 자세라고 말하는 것처럼 들렸다.

 

 

전에도 잠시 말했지만 시사회의 좋은 점의 하나는 생각지도 못하게 무대인사를 하러온 감독과 배우를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오늘도...영화가 끝나고 왔으면 사인이라도 받았을 텐데...

 

 

 

 

 

탈북청년역의 박인수라는 배우. 탈북자답지 않게(?) 잘 생긴 얼굴이다. 탤런트 이모씨와 닮은 듯...

 

 

우연히 고속버스에서 만난 두사람...근데 버스에 타면 티켓 검사할텐데...그리고 중간에 휴게소에서 내려버리면 큰일이라는 거...

 

 

운전수로 나오는 혜정(최희진 분)과 진욱의 만남..여기서 웃음이 한번 터진다. 스케일은 작지만 담담하게 그린 영화, 처음 만난 사람들, 그들의 후일담이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