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게스트 - [리뷰] 도대체 누구냐 넌?
전쟁에 참가했던 군인들을 중심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을 논한다. 전우가 바로 옆에서 죽는 걸 보면서 받는 스트레스가 전역 후에도 뇌리에 남아서 일상적인 사회 생활마저 여의치 못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이런 후유증이 언제 어떻게 발현될 지 알 수 없다는 점에서 간혹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데 국가를 위해 헌신했던 군인들이 되레 시한폭탄 소리를 들어야 한다니 그들로서는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영화 더 게스트의 주인공은 확실히 바로 이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을 앓고 있다는 소견을 밝히지 않는다. 이 영화가 후반부에 약간의 납득하기 어려운 여지를 남기는 건 그가 현실에선 존재할 수 없는 초인의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초인이라는 게 별 게 아니다. 죽어야 마땅한 상황에서 마치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난다는 그림인데 애써 사연을 잔뜩 안고 버티어 온 주인공에게 오히려 이상한 캐릭터를 뒤집어 씌어 놨으니 ‘ 뭐 이런 황당한 시츄에이션이 다 있나’ 싶기도 할 것이다.
장르 자체가 상당한 스릴러적 요소를 갖고 있다. 전장에서 죽은 아들을 안다는 젊은 남자의 출현, 의심스럽지만 나름의 알리바이를 대고 또 가족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자신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발산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진위를 분간하기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싶었다. 특히 어린 아들과 딸에게 보이는 호의는 삼촌의 모습처럼 보였고 부모의 관심을 대신할 그의 모습에서 대리 부모의 역할까지 읽혀졌다. 하지만 문제는 그가 왜 여기서 이런 생활을 하고 있느냐에 대한 의문이 풀리지 않은 채 이야기를 종결하려고 했다는 점이다. 중간에 등장한 더 의문스러운 조직으로부터의 추격은 모종의 비밀이 있을 거란 추정은 가능하지만 충분한 설명도 아니고 결말부에 이르기 까지 왜? 라는 동기에 대한 의문이 제대로 풀리지 않은 느낌이다.
대신 이 영화는 낯선 자에게 베푸는 호의가 과연 어떻게 변질되는 지 그리고 비주얼 하나만큼은 참기름 병에 갓 건져 올린 듯한 하여 부족함이 없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관객들은 시선을 거두지 못할 듯 싶다. 마치 라이언 고슬링을 연상케 하는 댄 스티븐스과 역시 영화 드라이브에서 흘러 나왔던 배경 음악을 떠올리게 하는 음악들이 이 영화를 돋보이게 한다.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싶지 않은 남자와 그의 진실을 조금씩 알아가면서도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가족들 사이의 긴밀한 관계가 이 영화의 장점이라 할 수 있고 왜 그런 짓을 저질러야만 했는지에 대한 궁금증에 충분한 답을 하기 보다는 마치 다음 편이라도 만들 것이라는 듯 허세를 부리는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들이 이 영화의 단점이라 하겠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