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짱구는 못말려 태풍을 부르는 황금스파이 대작전 - 방귀의 무기화
지금부터 몇 년전 믿을 수 있나 싶은 기사 하나가 뉴스에 나왔다. 과학자의 말을 인용해 “소들의 방귀와 트림이 온실가스의 주범이다. 그들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의 이산화탄소등을 내뿜는다”고 발표했다. 흔히 자연환경의 오염은 인간의 무절제한 행위에서 비롯된다고 보았는데 동물에게 그 책임을 전가하는 건 아닌지, 설사 소들이 그 주범이라고 해서 소 사육을 금할 수 없을 정도로 소를 비롯한 가축은 이미 인간들에게 먹거리 이상의 것을 제공해주기 때문에 이도 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진 것으로 여겨졌다. 그리고 그 주장은 지금까지도 반박이론은 얻지 못한 채 지속되어 왔다.
그럼 인간의 방귀는 아무런 영향이 없을까? 옆 사람의 방귀 냄새에 질색하면서도 그저 하나의 생리현상으로 여기고 넘기지만 맹장수술을 한 사람에겐 방귀소리처럼 반색할 만한 것도 없다. 첫 방귀 소리가 나야 비로소 음식물을 섭취할 수 있다니 무엇보다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영화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 : 태풍을 부르는 황금스파이 대작전은 길고 긴 제목과 부제와 별로 상관은 없는 주제, 즉 방귀를 테마로 인간들의 탐욕과 복수에 관련해 자연환경을 해칠 경우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 지 아이들 눈높이에게 설명해주는 유쾌한 만화영화다.
시작부터 짱구의 방귀가 가족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설명하는데, 그게 이 영화의 주제일 줄은 몰랐다. 아무데서나 엉덩이를 까고 흔드는 그의 전매특허의 부산물로 알았는데, 방귀는 세상에 끼치는 해악으로 승화한다. 종래 짱구의 집을 배경으로 친구들과의 우당탕탕 한바탕 소란으로 마무리 되었다면 이 영화는 실사영화인 미션임파서블의 액션 장면을 패러디해서 활동범위를 확장시켰다. 은근슬쩍 방귀공화국과 방구참아 왕국간의 신경전, 그 와중에 졸지에 이중 스파이가 된 짱구, 그리고 짱구의 파트너이자 멘토인 아이셔 레몬의 활약상은 자못 사회적 메시지를 함의하면서 다소 복잡하게 꼬여간다.
이 영화는 짱구의 재미난 움직임에서 웃음을 만들지만 두 여성의 슬픈 자화상도 담겨져 있다. 은근슬쩍 방귀 공화국의 총리와 부총리인 이들은 각각 지독한 방귀를 뀌었다는 이유로 회사와 남자 친구에게 버림을 받은 캐릭터다. 과장된 이미지이지만 이 또한 성적 차별은 아닌지, 그리고 이들은 이웃 나라 방구참아 왕국의 나와뿡 박사가 만든 초 메가톤급 방귀 촉진제인 메가 나와뿡을 훔쳐 이걸 사람들에게 흡입하게 만들고 거기서 발생되는 방귀(메탄가스)를 이용해 대도시를 공격해 사람들을 다 내쫒겠다는 발상이었다. 터무니 없는 소리같지만 방귀가 아닌 핵무기로 치환한다면 결국 인류의 역사는 억압받고 소외당하는 인물들의 반기, 그리고 그걸 막아내기 위한 시도에서 발전해왔다는 주장과 완전히 일치한다.
어차피 이런 대형 프로젝트를 수행함에 누군가는 부속품처럼 소모되기도 하는데 짱구가 바로 그 역할을, 그리고 그런 희생을 수용하기 힘들어 하는 아이셔 레몬의 마지막 개과천선적 행동이 이 영화의 결론을 장식한다. 앞서도 말했지만 미션 임파서블에서 나왔던 여러 아이템이 선보이는 데 그 중에서도 톰 크루즈가 부르즈 빌딩을 타고 오를때 썼던 흡착장갑이 이 영화에서도 등장한다. 그런데 왜 은근슬쩍 방귀공화국은 하고 많은 사람들 중에서 겨우 5살 먹은 짱구를 스파이 요원으로 채택했을까? 그 해답을 찾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아이들에게는 많이 알려진 캐릭터인지라 수많은 시리즈물중의 하나인 이 영화도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 빈자리를 찾기 어려운 극장 안에서 쉬지 않고 원초적인 반응이 쏟아져 어른들은 집중하고 보기 힘들다. 하기사 집중하며 보기보다 가끔은 아이들의 마음으로 편안하게 스크린을 들여다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싶다.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 : 태풍을 부르는 황금스파이 대작전 (2012)
Crayon Shin-chan: The Storm Called Operation Golden Spy
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