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뱅뱅클럽 - 슬픈 눈빛의 피사체에게 주목하라
한 방송국의 부스안에서 초점을 잃은 듯한 눈자위를 굴리며 불안하게 인터뷰를 하는 남자를 비춘다. 여성 앵커가 연속으로 질문을 던진다. “좋은 사진이란 어떤 것인가요?” “... ...”
남자는 정면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한다.
영화 뱅뱅클럽의 시놉시스만 보면 다큐장르로 생각된다. 그러나 익숙한 배우의 얼굴이 보이고 이내 실화를 기반으로 약간의 픽션을 가미한 영화였음은 영화 오프닝 장면때부터 눈치 챌 수 있었다. 이 영화의 배경은 90년대 초 남아프리카 공화국 일대다. 민주 투사로 각인된 만델라가 최고의 수반이지만 각지에서는 민족간에, 정파간에 살육을 동반한 피의 숙청이 끊이지 않고 벌어졌다. 그리고 그들 사이를 아무렇지도 않게 비집고 다니며 카메라를 들이미는 일군의 젊은이들이 보였다. 이 영화는 바로 그 4명의 포토그래퍼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종군기록인 셈이다.
목숨걸고 자신의 업을 행하는 사람이 유독 이들뿐이진 않지만 이들이 말하는 직업정신은 영화를 다 보고도 개운치 않았다. 흉기를 든 강도를 잡기 위해, 불속을 뛰어들어 진화를 하기 위해,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해내기 위해 급류에 몸을 던지는 그런 위험천만한 일을 하는 사람들은 그들이 없어서는 안된다는 사회구성원들의 공감대가 있지만 총기가 난무하는 전쟁터에 뛰어들 만한 타당성은 어디서 찾을 것인가. 이들은 간혹 이런 말을 한다. 당신들의 입장에서 사건을 말해주기 위해 사진을 찍는다. 진실을 세상에 고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그것 뿐일까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보다 더 자극적인 사진을 찍어 사진계의 노벨상이라고 부르는 퓰리처상이라도 받고 싶은 요량은 아닌가하고.
흑인의 미간은 짠뜩 지푸려있어 검은 피부의 얼굴과 덧붙여져 흉악해 보인다. 그렇다고 모두가 살의를 갖고 살지는 않는다. 동족이든, 아니면 적이든 자신을 해하려 하기에 무기를 들었을 뿐이다. 유일한 목숨을 놓고 총싸움을 원하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나. 당연히 희생자는 속출하게 마련이고 잔인하게 죽을수록 백인 포토그래퍼의 좋은 먹이감이 된다.
흑인들이 죽어가는, 혹은 두들겨 맞는 사진이 신문을 도배하고 사람들은 혀를 차거나 애상에 잠기거나 더 이상 폭력은 없어야 한다고 떠들어 댄다. 그러나 그뿐이다. 다음에 올라올 사진은 좀더 가학적이거나 자극적이어야 한다. 신문사는 그런 사진을 원하고 포토그래퍼는 그럴수록 사지에 내몰린다.
뱅뱅클럽의 4인이 이런 과정을 통해 지명도를 높여가자 추종하는 무리들이 생겼다. 팬클럽도 아닌데 사진기 하나 매고 현장에 뛰어들다 개죽음을 당하는 사건이 터지면서 제 아무리 종군기자라고 해도 아무도 목숨을 담보해주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늦은 각성이다. 피를 본 자에게 반드시 수반되는 트라우마를 잊기 위해 약물을 주입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갈등을 한다. 직업병인 셈이다. 그런데도 그들은 ‘좋은’ 사진을 찍기보다 사람들이 환호해주는 사진을 찍는데 분주하다.
이런 대사가 좋았다. “한 장의 사진을 보면서 아무런 질문도 나오지 않는 사진은 결코 좋은 사진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런데 만약 위기의 순간을 찍은 사진뒤로 포토그래퍼는 사전이나 사후에 간섭을 해야 맞는 것일까 모른 척하는데 맞는 것일까 동물의 왕국을 보면서 불쌍해 보이는 초식동물이 맹수에게 잡아먹히기 직전 왜 사진을 찍는 사람이 맹수를 내쫒지 않는 걸까라며 원망을 한 적이 있었을 것이다. 돌아오는 대답은 “그것도 약육강식의 생태계다”라고. 하지만 인간이 등장하는 사진은 다르다. 어떤 게 옳은 것일까
엔딩 크리딧에 주인공의 현재를 말해주고 있다. “4명 중 단 한명만 지금까지 사진일을 할 뿐이다”라고. 목숨걸고 사진을 찍었던 사람들에게 어떤 일이 생겼던 걸까 영화 뱅뱅클럽은 단순히 몇몇 종군 포토그래퍼의 입장만 담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사진속에 담긴 인간이 인간을 살상하는 현실이 더 이상 없어져야 한다고 주문을 한다. 그래서 목숨걸고 전쟁터에 뛰어드는 뱅뱅클럽의 후예도 없어질 것이 아니냐고 되묻는다.
뱅뱅클럽의 포토그래퍼로 분한 배우들도 간지나지만 슬픈 피사체로 등장하는 무명의 아프리칸 배우들의 노고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영화다. 아프리카 땅에 영원한 평화가 깃들기를 기원한다.
뱅뱅클럽 (2012)
The Bang Bang Cl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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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독
- 스티븐 실버
- 출연
- 라이언 필립, 테일러 키취, 닐스 반 자스벨드, 프랭크 라우텐바흐, 애슐리 멀헤론
- 정보
- 드라마 | 캐나다, 남아프리카공화국 | 108 분 | 2012-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