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밍크코트 - 믿음과 인지상정 사이에서 혼을 빼다

효준선생 2012. 1. 3. 00:47

 

 

 

 

카메라는 극단적으로 흔들리고 영화에 등장하는 배우들의 눈빛이 모두 형형하다. 마치 굶주린 맹수처럼 사나워보인다. 반대편의 배우뿐 아니라 불특정 다수일 관객들을 향해 쏘아 보는 눈빛에 광기가 엿보인다. 마치 훈련소 화생방실에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좁은 공간안에서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다음 과제를 해야 하는 철저한 乙의 기분. 그렇다면 공간을 지배하는 甲은 누구인가.


영화 밍크 코트, 존엄사와 종교 사이에서 벌어지는 한 가족의 밀고 당기는 힘의 시소와 팽팽하던 균형이 마치 활시위가 끊어지듯 이완될 때가 반복되면서 관객들을 더욱 좁은 공간으로 밀어넣는 힘의 영화다. 특정 종교를 믿는다는 이유로 제사를 지내지 않는 친척이 있다. 그들은 이런 저런 이유를 대지만 결국 자기들 편하고자 하는 편의성에 기대는 얄팍한 속셈임을 간파하고는 언제부터인가 때가 되도 부르지 않는다. 서로 편한 일이다. 조상보다 자신들이 믿는 신의 지시에 더 가까운 행동을 하는 것까지 뭐라 할 필요는 없다. 이 영화가 진이 빠지면서도 숨이 가빠온 것은 바로 이 신에 대한 끈적거리는 집착때문이었다.

 

치료가 불가능한 병상의 환자를 의학적으로 더 연명케 하는가(일명 존엄사)에 대한 의문은 상당히 오랜 세월 논란이 있어왔다. 긴 병에 효자없다고 집안에 환자 하나 생기면 그 집은 정상적인 생활이 안될 정도라는 것은 겪어 본 사람은 안다. 그러기에 중간에 이제 그만 포기할까라고도 했다가 인륜을 저버릴 수 없다는 마음에 참기도 하지만 남는 것은 경제적 피폐와 정신적 공황뿐이다. 해서 이 영화를 보기전 혹시나 종교에 의지해 이 불편한 심적 갈등에 면죄부를 주는 것일까 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다. 주인공이자 세 남매의 둘째인 현순은 형제들에 의해 이단을 믿는다는 질책을 받아가면서까지 노모를 존엄사 시킬 수 없다는 자신의 뜻을 관철시킨다. 그녀의 눈빛을 보면 절대로 바꿀 수 없는 진리와도 같아 보였다. 그녀의 입에서 튀어나오는 알 수 없는 주문들에 식겁하지만 그녀는 그녀의 방법대로 스스로를 정당화시킨다.


기독교로 추정되는 종교관이 전체 영화의 배경과 매개체 역할을 한다. 모든 배역들이 신자로 등장하지만 이들은 결정적인 순간에 그들이 믿는 종교와는 다른 말투와 다른 행동을 한다. 그들이 믿는 신앙은 하나가 아닌가?


팽팽한 긴장감은 현순의 딸 수진의 선택에 의해 균형추를 잃어버리고 더 큰 나락속에서 갈등하게 되지만 오히려 그 때는 이 영화에서 부르짖고 있었던 종교의 힘이 싹 사라져 버린다. 매우 인간적(?)으로 보이는 암투병, 공금횡령, 수혈과 관련된 이야기가 또아리를 틀며 등장하고 거기에 대응하는 이들의 모습은 상당히 서정적이다.


죽어가는 생명을 살리기 위해 누군가는 희생해야 하며, 그 희생을 위한 그동안 악다구니처럼 반대를 해온 현순의 좌절과 속죄의 장면을 보니, 결국 인간에게는 신앙이라는 믿음보다 인지상정이라는 인간 본성에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구나라는 생각을 할 밖에 없었다.


영화는 현명한 선택을 강요하지만 그게 최선인지는 모르겠다. 현실에서 윤리적으로 그게 타당한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앞 세대가 자신의 육신을 떼어주고서라도 뒷 세대를 살리려는 마음이 어쩌면 가장 보편적인 인간의 모습 아니겠는가.


주말이면 종교기관에 가서 세상을 뒤집을 수도 있을 법한 長廣舌에 현혹되며 신의 이름을 부르짖지만 현실로 돌아오면, 탐욕과 질시와 분노로 가득찬 한 마리의 짐승과 다르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 그들.  영화 제목 밍크 코트는 할머니가 엄마에게 선물하고 엄마는 그걸 팔아 딸의 생활비로 사용하는 이른바 생존의 아이콘으로 등장한다. 경제력을 가진 자들의 육신을 가리는 그 옷이 허울과 망상을 이미지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리고 그게 이들 가족에게서 벗겨 내쳐진 이후에서야 비로소 서로에게 관심을 갖게 된다는 力說은 그래서 일견 타당해 보였다. 배우의 이름값은 필요없다. 조금의 틈도 주지않은 채 강속구를 미트에 꽂아 넣는 에이스 투수가 연이어 등장한다. 상대방은 헛스윙을 남발한다. 그래서 9회까지 0:0의 게임을 지켜보는 것처럼 힘이 들었다.


눈이 내리는 시퀀스, 까마귀 깃털 색 같은 마음이 그 하얀 눈으로 씻겨지리라고는 믿지 않는다. 오히려 말이 떠난 할머니의 붉은 피가 이들을 하나로 만든 계기가 되었으니, 이 가족의 분투도 참으로 어지간하다.

 

 

 

 

 

 

 

 

 


밍크코트 (2012)

Jesus Hospit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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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신아가, 이상철
출연
황정민, 한송희, 김미향, 이종윤, 김남진
정보
드라마 | 한국 | 91 분 | 2012-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