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지아이조 - 멋진 CG와 미국식 영웅담, 그리고 이병헌
영화 지이아조를 보면서 설마 졸지는 않겠지라는 각오를 다졌다. 요즘 영화보기에 너무 신경을 많이 쓴 탓이다. 3일부터 닷새 연속으로 영화를 보고 특히 어제는 두편을 내리 보니 기운이 딸린다. 하릴없이 코엑스에서 왔다갔다 한것도 힘이 든다.
영화 시작부터 긴박한 전투신이 몰아쳤다. 이래도 졸거냐며...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라보니 대체 누가 좋은 놈이고 누가 나쁜 놈인지 알 수가 없다. 그리고 우리의 (?) 주인공 뵨사마는 언제나 등장하시려나...
지아이 조는 좀 이상한 마케팅을 했다. 터미네이터나 트랜스포머와 달리 시끄벅적한 시사회도 없이 소리소문없이 개봉을 하고 말았으니 시사회를 개봉한 다음날 본 것도 특이한 일이다. 뭐 영화가 자신이 있었나 보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기자들 앞에 선을 보인 외국배우들도 뵨사마의 이슈에 묻히고 말았으니, 시에나 밀러가 난 누군지도 잘몰랐지만 그녀가 무슨 근거로 이병헌과 친하게 지냈다는 건지...영화속에서도 거의 스킨십이 없더구먼...이래저래 이상한 마케팅을 하는 바람에 정작 영화 본연의 내용이나 디테일에 대해서는 무지한 상태로 시작했다는 것.
영화의 줄거리는 뻔하다. 만화가 원작이니 단순하기 그지 없는데...천재급 과학자와 부자가 손을 잡고 나노 로봇을 만들어 세상을 놀래키면 알아서 돈을 벌수 있다는 획책, 그걸 막으려는 지아이조 단원들...물론 막아내긴 하지만...줄거리는 공상과학만화영화가 그러하듯...온갖 고난을 이겨내고 적을 물리치면 평화가 온다는 설정, 악의 무리는 소탕되고 우리의 주인공은 다친 사람 하나없이 기세등등하게 환호한다는 것.
되었다. 줄거리는 마치 앞뒤를 다 잘라놓은 것 같다. 천재 과학자가 왜 그런 처지에 놓였는지 알듯 모를듯...설명을 하다 말고 죽기 직전까지 갔던 대장은 마지막엔 휠체어에서 일어서 환호를 하니...쯧, 그냥 마음 비우고 화려한 영상이나 봐야 겠다 싶었다.
그런데 컴퓨터 그래픽이 녹록치 않다. 터, 트에 못지 않은 실력이 있다. 디테일도 화려하고 소재도 다양한게 앞선 두개의 영화보다 나아 보였다. 그리고 은연중에 프랑스를 화나게 하는 장면, 파리지앵의 자부심이라고 할 에펠탑을 쓰러트리는 장면, 미국의 대통령은 그 보고를 받고는 프랑스 대사를 불러 이말 한마디로 무마했다. 대단하다.
그리고 나머지 3개의 미사일이 향한 곳은 베이징, 모스크바, 그리고 워싱턴이다. 소위 강대국의 수도인데 아무리 영화라도 해도 비행기가 미사일을 쫒아가 격추시킨다는게 말이 되냐? 그것도 하나 격추하고 다시 반대방향으로 가서 나머지 것도 격추한다는게...
사실 난 이장면에서 베이징, 모스크바, 워싱턴의 시설물도 조금은 망가뜨렸으면 했다. 어차피 버튼 하나면 파괴를 중지 시킬수 있다지 않은가.
이런 영화의 뒷맛은 나중에 후속편이 나올까 하는 의문인데 안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왜? 영화를 보면 알겠지...뵨사마가 허술하게 죽었으니까.
마지막으로 이병헌 얘기를 좀 해야겠다. 호사가들은 그의 영어발음이 좋다 나쁘다고 하지만 몇마디 되지도 않은 대사에 마지막 결투장면은 거의 일방적으로 맞기만 했다. 악역이니 만큼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그의 죽음 장면과 함께 이 영화도 끝이군하는 생각은 나만의 생각일까?
블록버스터에 동참해 소기의 성과를 거둔 그지이만 이렇게 용병으로 쓰이다 죽는다면 혹평을 받았던 무극의 장동건과 하등 다를게 없어 보인다. 결국 미국의 힘에 의해 세계 평화가 좌우된다는 설정, 각국의 용병을 끌어다 모았지만 결국 미국 대통령의 안위에 포커스를 맞춘 영화, 화려한 영상만 없었다면 뭐하러 이 영화를 볼까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