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불신지옥 - 종교적 맹신과 갈등이 과실치사로 돌변하다
영화 불신지옥은 마치 기독교 신자들이 입에 달고 다니는 바로 선교의 용어에서 따온 것 같다. 하지만 영화를 다보고 나면 왜 그런 제목을 붙여야 했는지 다소 의아해진다. 종교적인 제목이어서 그런지 충격적인 놀라움의 정도는 그다지 세지 않다.
지방의 어느 작은 아파트, 그곳에는 사고이후 정신이 이상해졌다고 하는 소진이라는 여자애와 기독교 선교에 매달리는 엄마가 살고 있다. 큰딸 희진은 학교때문에 서울에 살다가 소진이 없어졌다는 전화에 집으로 돌아온다.
그런데 희진이 돌아온 뒤 주변 인물들이 하나둘 죽기 시작한다. 희진은 사라진 소진을 찾아달라고 형사에게 신고를 하고 도움을 청하지만 형사는 이상하게도 그 아파트에서 벌어지고 있는 피살사건에 대해서는 무덤덤하다.
공포감이 점점 희진에게 다가오면서 그 알 수 없는 공포감의 정체를 캐기 위해 희진과 형사는 언밸런스한 동조를 하게 된다. 하지만 소진의 행방은 묘연하고 무당이라고 하는 여자가 그 전에 있었던 이야기를 해준다.
원래 아파트 옆집에 사는 아줌마들은 하나같이 사연이 있다. 그들은 소진이 신이 들렸다는 이유로 도움을 받기 위해 소진을 강제로 이용하는데 그게 여의치 않았다. 하루종일 기독교를 선교하러 다니는 엄마는 희진에게도 하나님을 믿으라고 하지만 희진은 그런 엄마가 답답하기만하다.
일련의 사망사건과 소진의 행방이 오리무중에 빠지고 결국 사건의 전모는 무당의 입을 통해 감독이 풀어내는 화면 속에서 찾을 수 있게 된다.
불신지옥이라는 말은 하나님을 믿지 않으면 지옥에 간다는 말인데 그런 믿으면 천당이라는 말이 아닌가. 살아서 천당에 있어야지 죽은뒤 제아무리 천당에 간 들 무슨 소용이 있겠나. 하지만 이 영화는 지독한 종교 집착적 영화는 아니다. 그리고 결말을 이끌어내는 단서도 불신지옥을 부르짖는 그곳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뭐하러 이 지독한 공포심을 유발하며 종교를 차용했을까? 우리는 종교를 믿는 사람이라면 해당 종교앞에서 숙연해지는 반면, 그 종교에 대해 선입견을 가지고 있거나 믿지 않는다면 불편함을 너머 공포심마저 들게 한다. 이 영화에서 또 하나의 종교가 등장하는데 바로 무속신앙이다. 결국 엄마를 중심으로 하는 기독교는 내세를, 무당을 중심으로 한 무속신앙은 현세를 중시했던 것이고 그 안에서 희생당한 것은 의학적 치료를 받아야 마땅했을 법한 불쌍한 소진이었다.
결말을 모르고 처음 보기 시작할땐 이 영화가 모두 희진이가 꾼 꿈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카피로 사용한 동생이 마지막으로 언니에게 한 말, 나도 언니랑 같이 가면 안돼? ...인상적이었는데...
소진에게 절실하게 필요했던 것은 무엇일까? 언니를 빼고는 하나도 정상적이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서 소진은 힘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종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소외당하고 버림받은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심적인 배려인 것을...
남상미를 좋아하지만 영화속 내내 찌푸린 듯한 얼굴만 봐서...이젠 좀 밝은 영화를 할때도 되지 않았나...그녀의 화이팅을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