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2 9

영화 킬 미 달링 - [리뷰] 마지막 여행은 그녀와 함께

사는 것을 마감하려는 이유는 다양했다. 그런데 살면서 단 한번도 제대로 된 감정을 가져본 적이 없다는 이유로 인생의 마지막 여행을 선택하려고 하다니, 제 아무리 온실 속 화초처럼 살았다고 해도 좀 심했다. 하지만 그런 부류의 사람들이 그 말고 또 있다고 한다. 죽음을 스스로 선택..

영화 로봇, 소리 - [리뷰] 대신을 넘어 반려로

대구 지하철 참사가 일어난 지 13년이 지났다. 지하 공간에서 고의에 의해 저질러진 방화로 백 여명이 목숨을 잃었고 안전 불감증이라는 단어가 대서특필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어디서 어떻게 터질 지 모르는 이런 인재성 재난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제발 내게는 터지지 말..

영화 동주 - [리뷰] 하늘을 우러러 부끄럼없기를...

일제 강점기를 살다간 많은 인물들이 영화 소재로 다뤄지지 않았던 측면엔 반공이 그 무엇보다 우선시 되었던 60년대부터 80년대의 군부에 의한 공안 통치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다. 항일 운동을 했건 아니면 일제에 부역을 했던 상관없이 교과서에서 작품도 아닌 사조의 일원으로만 익히 ..

영화 오빠 생각 - [리뷰] 버려지는 것들을 지켜내다

영화 오빠 생각은 전쟁 한 가운데에서 살기 위해 눈치를 보며 처신을 해야 했던 힘없는 민초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아직도 한국 전쟁이 영화적 가치로서 유효한지에 대한 질문은 최소한 이 영화를 두고선 유보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이 영화는 채 끝나지 않은, 한국과 북한군이 공..

영화 캐롤 - [리뷰] 그때, 그녀를 사랑했던 여자

1950년대 미국은 거의 전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던 전후 복구기를 맞아 경제적인 최강대국으로서의 기회를 노리던 중이었다. 이른바 신흥강국으로서의 면모는 그 안을 채우고 있던 국민들의 다양성에도 영향을 끼쳤다. 봉건적 사고가 여전하긴 했지만 그래도 전과는 조금 다른 인식이 성적..

영화 그날의 분위기 - [리뷰] 그 흔한 사랑이 아니었기를...

밀폐된 공간에서 같은 시간을 보내야 하는 상황, 낯선 이에게 호감을 느끼게 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바로 옆자리에 앉은 이성이 불쑥 “저 오늘 그쪽하고 자려고요..”라는 멘트를 날리게 되면 당신은 어떤 반응을 보이게 될까 영화 그날의 분위기는 개봉직후부터 성희롱 논란에 휩..

영화 검사외전 - [리뷰] 나에게 힘이 되어줄 동앗줄

검사라는 이미지는 한국영화에서 그다지 호의적으로 수용되어온 편은 아니다. 대개의 경우 변호사가 보여주는 선자의 반대편에서 악의 한 축을 담당하는 것에 익숙해 있었다. 아마도 기득권을 대변한다는 선입견이 더 많이 농축된 결과가 아닌가 싶다. 극적인 효과가 떨어진다고 봐서 ..

영화 나쁜 놈은 죽는다 - [리뷰] 겉만 봐서는 모른다

중국 영화의 자본이 한국을 향하고 있다는 말에 공포적으로 반응하는 사람도 있는 모양이다. 예전 같으면 자본과 기술은 한국이 대고 인력과 로케이션은 중국이 담당하는 시스템이었다면 이젠 약간의 기술 말고는 대개 중국측이 알아서 하는 모양새로 바뀌는 형국이다. 그러니 영화의 ..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 - [리뷰] 험한 세상 기댈 수 있는 것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들엔 특징이 하나 있다. 해체 위기의 가족들이 상처에 새살이 돋듯 서로에게 위안이 되어 주는 역할을 자임한다는 점이다. 그의 영화 속 인물들은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마음의 병을 하나씩 안고 산다. 현대인들에게는 흔한 일이지만 영화에서 그걸 풀어가..